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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surement & Testing

노이즈 감쇠를 위한 테크닉: Twisted Pair, Diff Signal, Shielding

By WOOAI
2026-10-03 9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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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선로에서 노이즈(Noise)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해치는 가장 큰 적입니다. 통신 속도(Bandwidth)가 높아지고 전송 거리가 길어질수록, 외부 전자기 간섭(EMI)에 의한 신호 왜곡은 치명적인 오류를 발생시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인 케이블 구조를 변경하는 Twisted Pair(꼬임선) 방식, 신호 전송 방식을 변경하는 Differential Signaling(차동 신호) 방식, 그리고 물리적 방어막인 Shielding(쉴딩) 기술이 사용됩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노이즈를 감쇠시키는지 단계별로 알아보겠습니다.

1. Single-ended 신호의 한계와 RS-232를 쓰는 이유

가장 기본적인 통신 방식은 GND(그라운드) 레벨을 기준으로 신호 전압을 판별하는 Single-ended 방식(예: RS-232)입니다. 이 방식은 하나의 신호선(Tx, Rx)과 공통 GND 선만을 사용하므로 구조가 단순하고 구현 비용이 저렴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노이즈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신호의 기준점이 GND 하나뿐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노이즈가 유입되어 신호선의 전압이 흔들리면 수신 측에서는 이를 실제 데이터가 변한 것으로 오인하게 됩니다. 또한 송신 기기와 수신 기기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두 기기 간의 실제 GND 전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그라운드 시프트(Ground Shift)’ 현상이 발생하여 기준점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RS-232 (Single-ended) vs RS-485 (Differential). Source: eTechnophiles

그렇다면 이렇게 취약한 RS-232가 한때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높은 전압 스윙 폭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고속/저전력 통신이 0~3.3V나 0~5V 사이를 오갈 때, RS-232는 ±3V에서 최대 ±15V의 매우 넓은 전압 레벨을 사용합니다. 전압의 폭이 넓기 때문에 자잘한 노이즈가 유입되더라도 0과 1을 판별하기 위한 노이즈 마진(Noise Margin)이 충분히 확보됩니다. 하지만 전압을 높게 쓰면 고속으로 신호를 스위칭(Bandwidth 증가)하기 어렵고, 전력 소모가 크며, 거리가 길어지면 여전히 노이즈에 굴복하게 된다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2. 고속 통신의 필수 조건: Differential Signaling (차동 신호)

RS-232의 한계를 극복하고 Bandwidth가 높은 통신(RS-422, RS-485, CAN, LAN, USB 등)을 구현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Differential Signaling(차동 신호)입니다.

이 방식은 하나의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2개의 선(D+, D-)을 사용합니다. 송신 측에서 D+에 +5V의 신호를 보낼 때, D-에는 정확히 반대되는 -5V의 신호를 동시에 보냅니다. 수신 측은 개별 선의 절대적인 전압(GND 기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선 사이의 ‘전압 차이’만을 측정하여 데이터를 판별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Common-Mode Noise Rejection (공통 모드 노이즈 제거)라는 강력한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외부에서 강력한 노이즈가 발생해 두 선(D+, D-)에 동일하게 +2V의 노이즈 전압이 얹혀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D+는 7V가 되고 D-는 -3V가 됩니다. 하지만 수신 측에서 두 선의 차이를 계산(7V – (-3V))하면 여전히 원래 신호인 10V가 출력됩니다. 통신 대역폭(Bandwidth)이 높아질수록 데이터를 쪼개는 펄스의 폭이 극도로 좁아져 미세한 노이즈에도 데이터가 붕괴되는데, 차동 신호는 이러한 노이즈를 근본적으로 수학적 뺄셈을 통해 제거해 버립니다.

차동 신호가 아닐 때의 문제점

대역폭이 높은 통신을 Single-ended로 전송하면, 신호 주파수가 높아짐에 따라 케이블 자체가 안테나 역할을 하여 자기 자신의 신호를 전자기파 형태로 외부로 방사(EMI 발생)하게 됩니다. 차동 신호는 두 선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이 서로 반대이므로, 각 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서로 상쇄되어 외부 방사 노이즈를 극적으로 줄이는 효과도 가집니다.

3. Twisted Pair: 차동 신호를 완성하는 물리적 구조

수학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차동 신호의 ‘노이즈 뺄셈’ 기법이 실전에서 작동하려면 하나의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바로 “D+ 선과 D- 선이 외부 노이즈를 완전히 동일한 양으로 받아야 한다(Common-mode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두 선이 나란히 평행하게 지나가는데, 노이즈를 뿜어내는 모터가 D+ 선 쪽에 1mm라도 더 가깝다면 D+에 유도되는 노이즈가 더 커져서 수신 측에서 상쇄가 되지 않습니다.

이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선을 나선형으로 꼬아버린 것이 바로 Twisted Pair(꼬임선)입니다. 두 선을 꼬게 되면 케이블이 진행하는 전체 길이를 기준으로 볼 때, D+와 D-가 외부 노이즈원과 이루는 ‘평균 거리’가 기하학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해집니다. 특정 지점에서는 D+가 노이즈를 더 맞더라도, 다음 꼬임 지점에서는 D-가 밖으로 노출되어 노이즈를 더 맞게 되므로 결국 두 선에 유도되는 노이즈 총량이 일치하게 됩니다.

Differential signal subtracting noise. Source: Sparx Engineering

그렇다면 꼬는 횟수(Pitch)는 어떻게 결정하며, 많이 꼬을수록 무조건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많이 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 장점: 촘촘하게 꼬을수록 고주파 노이즈에 대한 상쇄력이 좋아지고, 선간 간격이 단단하게 유지되어 특성 임피던스가 안정화됩니다.
  • 단점 (많이 꼬았을 때의 문제): 꼬임이 많아질수록 같은 직선 거리를 가기 위해 소모되는 구리선의 실제 길이가 길어집니다. 이는 직류 저항(Resistance)의 증가, 신호 감쇠(Attenuation), 신호 도달 시간의 지연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꼬임은 전송하려는 신호의 최고 주파수 파장(Wavelength)과 허용 가능한 감쇠율을 계산하여 결정됩니다. 실제로 고속 LAN 케이블(Cat.6 등)을 벗겨보면 안에 있는 4쌍의 페어선들이 서로 다른 간격(Pitch)으로 꼬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페어를 동일한 간격으로 꼬아버리면, 인접한 페어끼리 파장이 맞아떨어져 신호가 서로 간섭하는 Alien Crosstalk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최고 주파수 파장 (Wavelength): 꼬임 간격의 상한선 결정

차동 신호(Differential Signal)가 노이즈를 완벽하게 빼서(상쇄시켜) 없애려면, D+ 선과 D- 선이 외부 노이즈를 ‘완전히 동일한 순간, 동일한 양’으로 맞아야 합니다. 여기서 파장(Wavelength)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모든 전기 신호(또는 전자기파 노이즈)는 주파수를 가지며, 전선을 타고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물리적인 길이인 파장(전파 속도를 주파수로 나눈 값)을 형성합니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파장은 짧아집니다.

  • 파장과 꼬임의 엇박자: 만약 외부에서 100MHz의 고주파 노이즈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노이즈의 파장이 대략 2미터라고 할 때, 케이블의 꼬임 간격이 똑같이 2미터라면 어떻게 될까요? 노이즈 파동의 가장 높은 산(Peak)은 D+ 선을 때리고, 가장 깊은 골(Trough)은 D- 선을 때리게 됩니다. 두 선이 노이즈를 다르게 받았기 때문에, 수신단에서 뺄셈을 해도 노이즈가 제거되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 방어 원칙: 노이즈의 파동이 한 번 굽이치기 전에, 두 선의 위치를 여러 번 바꿔주어(꼬아서) 노이즈를 평균적으로 똑같이 나눠 맞게 해야 합니다.
  • 결론: 따라서 케이블의 꼬임 간격은 선로에 침투할 수 있는 최고 주파수 노이즈 파장, 혹은 통신하려는 최고 신호 주파수 파장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이하로 매우 짧게(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주파수가 올라갈수록(Cat.5에서 Cat.6, Cat.7로 갈수록) 파장이 짧아지므로, 케이블을 훨씬 더 촘촘하게 꼬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Twisted pair noise cancellation relies on sub-wavelength twists. Source: www.fbnews.jp
허용 가능한 감쇠율 (Attenuation): 꼬임 간격의 하한선 결정

“파장이 짧아질수록 촘촘하게 꼬아야 한다면, 무조건 최대한 잘게 꼬아버리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물리적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바로 신호 감쇠(Attenuation)입니다.

  • 실제 구리선 길이의 증가: 두 건물을 잇는 직선 거리가 100미터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케이블을 촘촘하게 꼬아서 만들면, 직선 100미터를 가기 위해 내부에 들어가는 실제 구리선의 길이는 110미터, 120미터로 늘어납니다.
  • 직류 저항과 표피 효과(Skin Effect): 구리선의 길이가 길어지면 전기적 저항(DCR)이 커집니다. 게다가 고주파 신호는 전선의 중심부로는 흐르지 못하고 껍질(표면) 쪽으로만 몰려서 흐르는 ‘표피 효과’를 겪기 때문에, 고주파 통신일수록 길이가 늘어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 신호 에너지의 소멸 (삽입 손실, Insertion Loss): 결국 너무 많이 꼬아버리면, 노이즈는 완벽하게 막아낼지 몰라도 출발한 신호 자체가 저항과 열로 다 깎여나가 수신단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희미해져(감쇠율 허용치 초과) 데이터를 읽을 수 없게 됩니다.
Alien Crosstalk 회피 전략

엔지니어들은 위 두 가지 조건(파장 대비 충분히 짧게 꼬기 vs 감쇠 한계선 안으로 구리선 길이 억제하기)을 계산하여 최적의 꼬임 간격(Pitch) 범위를 산출합니다.

하지만 실제 LAN 케이블(예: Cat.6)을 잘라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쌍의 페어선이 들어있는데, 4쌍의 꼬임 간격이 모두 미세하게 다릅니다.

이는 같은 피치(Pitch)로 꼬여있는 선들이 나란히 붙어있으면, 신호의 파장이 서로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옆 선으로 신호가 건너가 버리는 Crosstalk 현상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신 규격이 허용하는 감쇠율과 최고 주파수 파장이라는 바운드리안에서, 4쌍의 페어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제각각 다른 간격의 랜덤 피치로 꼬아 설계하는 것이 적절한 꼬임의 최종 완성입니다.

4. Shielding (쉴드)의 양면성과 Ground Loop

Twisted Pair가 두 선에 균일하게 노이즈를 받게 하여 수신단에서 ‘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라면, Shield(쉴드)는 케이블 겉면에 알루미늄 포일이나 구리 편조망을 씌워 외부 노이즈를 ‘물리적’으로 튕겨내거나 흡수하여 GND로 버리는 장갑판 역할을 합니다.

쉴드로 막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 효과적: 고주파 RFI(방사 노이즈)와 인접 케이블의 전기장(Capacitive Coupling)에 의한 노이즈를 차단하는 데 탁월합니다. 공장 라인, 인버터, 고압선 주변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 막지 못하는 것: 대형 변압기나 모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대역의 강한 자기장(Magnetic Field)입니다. 자기장은 얇은 금속 쉴드를 그대로 투과하기 때문에, 쉴드 케이블(STP)을 쓰더라도 내부 심선은 반드시 Twisted Pair 구조여야 자장 노이즈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Ground Loop condition through a shield. Source: help.campbellsci.com

쉴드가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 Ground Loop (그라운드 루프)

쉴드를 적용할 때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케이블 양쪽 끝을 모두 접지(GND)에 묶어버리는 것”입니다.

거리가 떨어진 A 장비와 B 장비는 대지(Earth)에 접지되어 있다 하더라도, 물리적 위치 차이로 인해 완벽하게 동일한 0V를 유지하지 못하고 미세한 전위차를 가집니다. 이때 케이블 양끝의 쉴드를 모두 접지해버리면, 이 전위차로 인해 쉴드선을 타고 거대한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를 Ground Loop라고 합니다.

쉴드를 타고 흐르는 이 예상치 못한 교류 전류는 쉴드 내부에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고, 이 자기장이 보호해야 할 내부 신호선에 오히려 노이즈를 유도(Induction)시켜 버립니다. 쉴드가 외부 노이즈 방어막이 아니라 노이즈 발전기(안테나)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해결책: 이 때문에 쉴드는 원칙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노이즈 전류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쪽 끝단(보통 전원 공급측이나 메인 컨트롤러 쪽)에만 접지(Single-point Grounding)하는 것이 표준 설계 방식입니다.

5. 종단 저항 (Termination Resistor)

고속 밴드위스(RS-485, CAN 등) 통신 라인을 설계할 때 꼬임선과 쉴드만큼 중요한 것이 종단 저항입니다.

저속 통신(예: 옛날 시리얼 통신)이나 일반적인 전기 회로에서는 전선에 전압을 가하면 선 전체의 전압이 순식간에(동시에) 올라간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마치 파이프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통신 속도(주파수)가 매우 빨라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기 신호가 전선의 끝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집니다. 이때부터 전기 신호는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퍼져나가는 ‘물결(Wave, 파동)’처럼 전선을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빛이 거울(매질이 다른 경계면)을 만나면 반사되고, 소리가 절벽에 부딪히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듯, 전선을 타고 빠르게 날아가던 전기 에너지도 ‘임피던스(저항성)’가 갑자기 변하는 구간을 만나면 반사됩니다.

신호가 케이블을 타고 끝(수신단)까지 도착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 케이블이 허공에 끊어져 있거나 수신 칩의 입력 저항이 매우 높다면, 끝단의 저항은 사실상 무한대(∞)가 됩니다.
  • 전선을 타고 힘차게 달려온 전기 에너지는 끝에 도달했지만, 갈 곳(흡수될 곳)이 없습니다.
  • 에너지는 소멸할 수 없으므로,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 튕겨 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반사파(Reflected Wave)입니다.
  • 비유하자면, 팽팽한 밧줄의 한쪽 끝을 벽에 단단히 묶어두고 반대쪽에서 출렁하고 파동을 만들어 보내면, 파동이 벽에 부딪힌 후 거꾸로 튕겨 돌아오는 현상과 완벽하게 같습니다.

튕겨 돌아온 반사파는 혼자 얌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송신 측에서 뒤이어 계속 보내고 있는 새로운 정상 신호(진행파)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파동끼리 충돌하면 서로 더해지거나 빼지는 간섭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사각 반듯해야 할 디지털 신호(0과 1)의 파형이 끝부분에서 요동치며 심하게 찌그러지게 되는데, 이를 링깅(Ringing)이라고 부릅니다. 파형이 이렇게 출렁거리면 수신 기기는 이것이 ‘1’인지 ‘0’인지 헷갈리게 되고, 결국 통신 에러가 발생합니다.

RS-485 네트워크 양 끝단의 종단 저항(RT) 배치. Source: Forecr.io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선의 끝에 도달한 전기 에너지가 반사되지 않고 전부 흡수되어 사라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파도가 콘크리트 방파제에 부딪히면 크게 부서지며 반사되지만, 완만한 모래사장(흡수체)을 만나면 조용히 사그라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 특성 임피던스 매칭: 모든 통신 케이블은 구조와 굵기에 따라 고유한 저항값인 ‘특성 임피던스(Characteristic Impedance)’를 가집니다. (예: RS-485에 자주 쓰이는 꼬임선은 보통 120Ω).
  • 블랙홀 효과: 케이블의 맨 끝단에 이 특성 임피던스와 정확히 똑같은 값의 저항(종단 저항)을 병렬로 달아줍니다.
  • 신호가 케이블 끝에 도달했을 때, 케이블 고유의 저항(120Ω)과 끝에 달린 저항(120Ω)이 같기 때문에 신호는 경계선(끝)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신호 입장에서는 전선이 무한히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결국 신호 에너지는 튕겨 나오지 않고 이 종단 저항에서 열에너지로 모두 소비(흡수)되어 완벽하게 소멸합니다. 메아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죠.

이것이 RS-485, CAN, LAN 등 통신 속도가 빠르고 선로가 길어지는 환경에서 통신 버스의 가장 양쪽 끝단에 반드시 종단 저항(Termination Resistor)을 달아야 하는 물리적인 이유입니다.

임피던스(Impedance)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저항(Resistance)’은 직류(건전지처럼 일정한 전압) 전기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성질입니다. 파이프의 굵기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가 좁으면 물이 잘 흐르지 못하듯, 저항이 크면 전기가 잘 흐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통신 케이블에 흐르는 신호는 0과 1이 미친 듯이 빠르게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교류(고주파) 신호입니다. 이렇게 전기가 초당 수백만 번씩 출렁이며 파동의 형태로 이동할 때는, 단순히 선의 굵기(직류 저항)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해꾼들이 등장합니다.

  • 전선에 전기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는데, 이 자기장이 신호가 변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성질(유도 용량, 인덕턴스)이 생깁니다.
  • 나란히 지나가는 두 전선 사이에는 미세하게 전기를 머금고 있으려는 성질(정전 용량, 캐패시턴스)이 생겨 신호의 흐름을 지연시킵니다.

임피던스란, 단순한 직류 저항뿐만 아니라 이렇게 고주파 신호가 출렁일 때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전기적 방해 성질을 하나로 퉁쳐서 부르는 ‘총체적인 저항값’을 의미합니다. 단위는 저항과 똑같이 ‘옴’을 사용하지만, 신호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느냐(주파수)에 따라 그 방해하는 힘이 달라지는 아주 동적인 개념입니다.

특성 임피던스(고유 임피던스)는 어떻게 결정되고, 어떻게 아는가?

케이블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임피던스를 ‘특성 임피던스’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신기한 사실은, 특성 임피던스는 케이블의 ‘길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케이블이 1미터이든 100킬로미터이든 특성 임피던스는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유의 값은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오직 케이블의 ‘물리적인 구조’와 ‘재질’로만 결정됩니다.

  1. 내부 구리선의 굵기
  2. 두 가닥의 선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선간 간격)
  3. 그 두 선 사이를 채우고 있는 플라스틱 피복(절연체)의 재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직접 계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케이블을 만드는 제조사에서 처음부터 특정한 임피던스 값을 가지도록 선의 굵기와 피복의 두께를 정밀하게 설계해서 공장에서 찍어냅니다.

  • 우리가 쓰는 랜선(LAN 케이블)은 내부 구조를 조절해 100옴이 되도록 만들어 팝니다.
  • RS-485 통신용 케이블은 120옴이 되도록 만들어 팝니다.
  • 텔레비전 뒤에 꽂는 둥근 동축 케이블은 75옴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즉, 케이블을 살 때 제품 설명서(데이터시트)에 “이 케이블은 120옴짜리 통신선입니다”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아는 것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케이블이 불량인지 확인하기 위해 TDR이라는 고가의 전파 반사 측정 장비를 쏴서 이 고유 임피던스 값이 일정한지 스캔하기도 합니다.)

임피던스 매칭(Impedance Matching)이란 무엇인가?

임피던스 매칭은 전기를 보내는 출발지(송신칩), 전기가 타고 가는 길(케이블), 전기가 도착하는 목적지(수신칩)의 임피던스 값을 모두 동일하게 똑맞춰주는 작업을 말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끝에 종단 저항을 다는 것’이 바로 이 임피던스 매칭을 하기 위한 핵심 작업입니다.

이것이 왜 필요할까요? 파이프에 물이 흐르는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 매칭이 안 된 상황: 엄청나게 굵은 메인 수도관(낮은 임피던스)을 타고 물이 콸콸 흘러오다가, 갑자기 아주 좁은 고무 호스(높은 임피던스)를 만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은 좁은 구멍을 다 통과하지 못하고 병목 현상이 생겨 배관 벽을 때리며 뒤로 역류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호가 튕겨 나오는 신호 반사(Reflection) 현상입니다.
  • 매칭이 잘 된 상황: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파이프의 굵기와 재질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똑같다면 어떨까요? 물은 어떠한 방해도, 출렁임도 없이 목적지까지 100퍼센트 부드럽게 흘러갈 것입니다.

통신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케이블 제조사가 120옴으로 맞춰서 만든 선을 깔았다면, 신호를 받는 기기(수신단)의 끝에도 똑같이 120옴짜리 저항을 달아주어 신호가 “어? 길이 안 끝났네? 똑같은 굵기의 길이 계속 있네?”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임피던스 매칭이란, 고속으로 날아가는 전기 신호가 중간에 튕겨 나오지 않고 도착지까지 에너지를 100%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통신 고속도로의 차선 넓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맞춰주는 공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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